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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고 싶니?

과연 프랑스는 좋은 나라일까? (소매치기 편)

by 파리예술가 2021. 12. 3.

 지난 글에서는 내가 왜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말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프랑스의 치안에 대해 알아보겠다.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경험한 프랑스이다. 프랑스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들이 직접 살아보고 느끼는 것이라는 걸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프랑스에서 거주한 4년 중 3년은 그르노블이라는 리옹 남서쪽에 위치한 알프스 산맥 속에 위치한 도시에서 살았다. 그리고 1년정도를 파리에서 살고 있다. 그르노블에서는 예술 대학교 학사를 이수했다. 때문에 다른 한인 유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교류했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한가지 내가 공감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르노블에 소매치기가 많다.'라는 말. 나는 유독 소매치기를 안당했다. 그래서인지 남들처럼 조심해야한다는 정신이 바짝 세워져있지를 않았다. 당연히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돌아다닌다던가 하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그 자부심은 파리에서 와장창 사라지고 말았다.

 

 파리에서 산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 나는 진행 중이었던 작업에 완전히 잠식당해 집순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독 밖에 나가서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채우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에펠탑 건너편에 있는, 팔레 드 도쿄 바로 옆에 있는, 파리 현대 미술관을 갔다. 아 잠깐, 아주잠깐 이야기를 딴 곳으로 돌려보자면 사람들이 현대미술관 잘 모르는데, 누구나 공짜로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 중에서 나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곳이 이 파리 현대미술관이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서 이어가자면, 암튼 거기 혼자 갔다. 평일 낮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곳은 에펠탑 건너편, 에펠탑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다는 것이다.

 

 에펠탑.. 그 곳은 어떠한 곳인가?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관광지인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바로 에펠탑. 코로나가 한참 무섭게 돌았을 때에도 그 곳 만큼은 관광객이 있었다. 그 어마무시한 곳에는 비밀이 있다. 바로.. 소매치기들이 판을 치는 곳이라는 거^^

 

 그렇다. 나는 에펠탑 근처에 혼자 평일 낮에 갔다. 누가봐도 이건 관광객, 지갑에 현금이 있을 것 같은, 에펠탑 구경하고 사랑에 빠져서 어질어질해 보이는 아시아 여자아이.. 나는 그날 난생 처음으로 소매치기를 당했다.

 

 소매치기 당한 방법도 정말 어이없었다. 현대 미술관에서 관람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시간이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였다. 이 시간은 파리지앵들에게 어떤 시간일까?? 바로, 퇴근 후 약속장소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 즉, 지하철이 완전히 붐비는 시간이라는 것...! 나는 그르노블에서도 사람이 많던 적던 트람을 잘 타고 다녔으니 아무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기다렸다. 이내 지하철 하나가 플랫폼으로 다가왔고 승질머리가 아주 급해빠진 나는 곧장 스크린도어(프랑스도 1호선 9호선 14호선에는 스크린도어가 있고, 나는 9호선을 탑승했었다.) 맨 앞에 줄을 섰다. 그래야 앉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까ㅎ..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문이 열리고 나는 지하철에서 하차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 순간 갑자기 누가 나의 등을 확 밀쳤다. 한 성질 하는 나는 곧장 뒤를 돌아봤고 소리쳤다. "Vous faite quoi? il y a les gens qui déscendent!!!" 대충 너 뭐하냐 내리는 사람들 안보이냐? 이런 뜻. 그러자 내 뒤에 있었던 사람은 자기 아니라는 식으로 손으로 목도리 도마뱀을 만들고 파닥파닥 거렸다.(프랑스 사람들은 억울할 때 이럼). 나는 안믿고 그 사람을 한번 째려보고는 문이 닫히기 전에 지하철에 탑승했다.

 

 나는 주로 미니 크로스백을 메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닌다. 그래서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면 항상 가방을 앞으로 하고 가방 커버를 손으로 꼭 잡고 있는다. 그런데 누가 내 등을 밀쳐서 넘어질 뻔한 그 순간에는 가방을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서 지하철에 탑승하고 가방을 보니 살짝 옆으로 돌아가 있었다. 소매치기라고는 까맣게 생각도 못했던 나는 '밀리는 반동 때문에 가방이 돌아갔나??' 하고 다시 돌려서 손으로 감쌌다. 그런데 손으로 감싸서 살짝 들어봤는데 가방이 뭔가 가벼웠다. 그래서 곧장 가방을 열어 확인해보았다. 지갑이 사라져있었다.

 

 앞선 모든 일들이 정류장 하나를 채 넘어가기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말은 곧 나는 누군지 모를 소매치기랑 같은 칸에 계속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소리쳤다. "Putain, quelqu'un a volé mon portefeuille!!!!!!! C'est qui!!??' 대충 제기랄 누가 내 지갑을 쎄볐다. 누구냐? 이런 뜻이다. 이 문장을 소리치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 웅성거림 속에 나는 우연히 목에 타투한 남자를 째려보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아까 내가 밀치지 말라고 소리친 아저씨 옆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랑 눈이 마주치자 그 남자는 뭔가 움찔했고 나는 그 사람이라는걸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 순간 다음 역에 도착해 지하철 문이 열렸고, 목에 타투한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쏜살같이 하차했다. 지갑을 되찾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누가 나의 것에 손을 댔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나도 하차하여 그 남자를 따라 마구 뛰었다. 그런데 같이 내린 몇 명의 남자들이 나를 못가게 잡아 세우는거다.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어서 그 남자들이 뭐라고 하는지 또렷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뉘앙스가 따라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그 키도 크고 덩치도 있던 남자들이 나를 막아 세우니 시야 확보가 안됐고 나는 완전히 그 목에 타투한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또 누가 나의 가방에 손을 댈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그 곳을 얼른 빠져나와 제일 안전해보이는 지하철 서비스 센터로 향했다.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아줌마 두분에게 상황 설명을 했더니 나에게 프랑스 외국인 신분증을 잃어버렸으니 경찰서에 가서 꼭 신고를 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2시간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것도 좀 웃겼던게 꼭 내가 범죄자인 것 처럼 조사를 받았다ㅋ... 아무튼 경찰관 아저씨가 나에게 그 사람을 따라갔으면 더 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아마 따라가지 말라고 말한 그 남자애들도 그 남자랑 한패였을거라고... 그래서 자기네들 손에 피 뭍히기 싫으니까 그냥 따라오지 말라고 말한거 일거라고 말해줬다. 정말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아는 프랑스 친구에게 이런 일을 당했다고 말해주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Bienvenu la vie de parisien" (파리지앵이 되신걸 환영합니다.)

 

 그렇다. 한마디로 프랑스의 치안 수준을 암담하다. 아, 내가 파리에서 당한거니까 다른 지방은 괜찮을 수도 있다고?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오산. 왜냐, 그르노블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에 관한 뉴스를 자주 봤었다. 프랑스는 총기소유가 불법인 나라이다. 그렇지만 그르노블이라는 곳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사건이 발생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르노블은 이탈리아, 스위스 국경과 아주 가까운 곳이고, 알프스 산맥에 둘러쌓인 곳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도망오는 곳이 그르노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번은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총기사건이 일어났었는데, 마피아들끼리 총으로 싸운 사건이었다. 하필 마켓이 열리는 곳에서 싸움이 일어나 시민들도 여럿 다쳤었고, 그 일이 일어나기 10분 전 쯤 나는 그곳을 지나갔다...ㅎㅎㅎ

 

 한국은 세계에서도 치안수준이 최상이다. 그렇기에 어딜가도 우리의 고향 한국보다는 다 위험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고, 언제 다칠지 모르고, 여기에 더해서 인종차별도 맨날 당하면서 살아가야한다. 이번 편에서는 프랑스에 오지말라고 애원하는 듯한 글을 써보았으니, 다음 편에서는 프랑스에 오라고 애원하는 식의 글을 써보겠다ㅎㅎ 그럼 오늘은 이만.

 

튈르히 정원에 열린 크리스마켓에서 파는 맛좋은 츄러스. 막 튀겨서 환상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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